도시 양봉 초보자의 첫 벌통 설치기
도시에 살면서 양봉을 하겠다는 결심을 처음 했을 때, 솔직히 말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걱정 반, 호기심 반이었습니다.
"도시에서 꿀벌을 키운다고?"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고,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하지만 벌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이었습니다.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가까이하고, 꿀벌이 주는 생태적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도시 양봉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양봉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위협을 받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꽃가루받이의 약 70% 이상이 꿀벌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꿀벌은 단지 꿀만 주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가 자라도록 돕는 중요한 생명체였습니다. 도시에서도 벌들이 살 수 있다면, 내가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자료부터 뒤졌다
양봉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저는 가장 먼저 인터넷에서 도시 양봉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책도 몇 권 주문해서 읽었고, 유튜브에서도 수많은 양봉 채널을 구독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이웃의 민원’이었습니다. 아무리 벌이 중요하다고 해도, 벌이 날아다니면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단계는 "내가 벌통을 어디에 설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습니다. 마침 아파트 옥상이 공동 관리 공간이 아닌 개인 사용이 가능한 구조였고, 햇빛이 잘 들면서도 바람은 막아주는 구조라 양봉에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또 주변에 꽃이 피는 공원과 조경 구역이 있어 꿀벌들이 꽃을 찾기도 수월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벌을 키우기 위해서는 장비도 필요했습니다. 보호복, 연기통, 벌통, 벌집 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꿀벌 군체까지. 처음에는 모든 것을 새 걸로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양봉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일부는 중고 장비를 구입해 비용을 아꼈습니다. 중고 장비의 경우 위생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소독하고 말린 뒤 사용했습니다.
꿀벌 맞이할 준비 완료
벌통은 내가 원하는 위치에 고정이 잘 되도록 바닥에 받침대를 설치한 후 그 위에 올렸습니다. 벌통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마치 조립식 가구를 만드는 느낌이었지만, 실제 벌이 들어오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꿀벌 군체는 인근 양봉 농장에서 분봉된 건강한 여왕벌과 일벌들로 구성된 군체를 구매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시 양봉을 시작할 때는 초보자용 소군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소군은 군체가 작기 때문에 벌들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고 관리도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벌을 들여놓는 날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방호복을 착용하고, 연기통에 마른 솔잎을 넣어 연기를 피운 뒤, 벌통을 조심스레 열고 꿀벌을 이주시켰습니다. 여왕벌이 들어있는 작은 우리(퀸 케이지)를 먼저 설치하고, 일벌들이 점차 따라 들어가도록 유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차분함’이었습니다. 꿀벌은 사람의 긴장감과 불안한 동작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느리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한 마리도 다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도시 벌의 하루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벌통을 설치하고 며칠 동안은 매일같이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벌들이 자리를 잘 잡았는지 확인하고, 물과 먹이(설탕물)를 적절히 제공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자연 상태의 꿀원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보조 먹이가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 지나자 벌들이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벌들이 거의 소음을 내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주민들도 대부분 벌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꿀벌은 말벌과 달리 공격적이지 않고, 위협을 느끼지 않는 이상 절대 쏘지 않습니다.
이웃들에게는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벌이 도심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응원의 말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양봉이 교육적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셨습니다.
벌과의 교감은 섬세함에서 시작된다
양봉은 단순히 벌을 두고 꿀을 얻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벌통을 열어 군체 상태를 확인하고, 병충해 여부를 점검해야 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진드기와 곰팡이병입니다. 특히 도시 양봉에서는 밀집된 공간에서 병이 퍼지면 다른 군체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위생과 청결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벌들의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봄에는 분봉을 대비하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는 방법을 고려하고, 가을에는 겨울을 대비한 먹이 저장을 도와야 합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드디어 첫 꿀 수확
양봉을 시작한 지 약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벌집 안에는 점점 꿀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첫 해에는 꿀 수확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약간의 꿀을 채밀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있어, 조심스럽게 한 프레임만 꺼내 꿀을 채취했습니다.
벌집을 꺼내고, 밀랍을 걷어내고,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흐르던 꿀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무언가를 키워보고, 그 결실을 내 손으로 받아본 경험은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꿀의 맛은 그 어떤 마트 꿀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향과 단맛이 느껴졌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은 병에 나눠주었더니 다들 “이게 진짜 꿀이야?”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도시에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한 느낌이었습니다.
벌통 하나를 들이면서 제 일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옥상에 올라 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주말마다 벌통을 점검하며 자연의 순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벌들을 위해 어떤 꽃이 좋은지 찾아보게 되었고,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양봉을 통해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을 잊고 살아가던 제게 꿀벌은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조용한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물론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꿀벌은 생명이기에 언제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의 평온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도시 양봉에 관심이 생긴 분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도시에서도 벌은 삽니다. 그리고 벌과 함께라면, 우리 삶도 더 풍요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