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양봉

옥상에서 도시 양봉 3개월 후기

pillarnote 2025. 10. 10. 11:08

서울의 중심가에서 꿀을 채취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불과 3개월 전, 아무것도 없는 빌딩 옥상에서 ‘도시 양봉’을 시작했고, 마침내 직접 채밀에 성공하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양봉을 넘어서, 도시라는 회색 공간에 자연을 불러들이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도시에서 양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필자는 실제로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시작은 막막했습니다. 주변엔 꿀벌도 없고, 꽃도 별로 없으며, 양봉과 관련된 전문가를 쉽게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제약을 극복하고 직접 도심 옥상에 벌통을 설치했으며, 꿀벌들이 도시의 미세한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었습니다.

 

이 글은 도시 양봉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성한 실제 경험기입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구체적인 실천 과정, 그리고 도시 양봉을 시작하며 느낀 점들을 모두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도시 양봉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생태 프로젝트임을 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도시 양봉

도시 양봉이란 무엇인가

도시 양봉은 전통적인 시골 양봉 방식과 달리, 도심 속 옥상이나 발코니, 공원 등 제한된 공간에서 벌을 사육하고 꿀을 수확하는 활동입니다. 이 활동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도시민들에게 자연과의 연결감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도시농업의 일종입니다.

 

꿀벌은 생각보다 넓은 반경(약 3~5km)을 활동 범위로 가지기 때문에, 도심에도 생각보다 많은 꽃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원, 가로수, 아파트 화단, 개인 정원 등 도심의 다양한 식물 자원이 꿀벌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도시에서는 농약 사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오히려 시골보다 더 깨끗한 꿀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도시 양봉의 시작 준비 과정

벌통 설치 장소 선정

처음 도시 양봉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위치’였습니다. 주거지와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외진 곳은 벌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어 꿀 채취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필자는 사무실 건물의 옥상을 선택했습니다. 옥상은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았으며, 주변에 공원과 화단이 많아 꿀벌의 활동에 적합했습니다.

양봉 장비 구비

도시 양봉을 위해 필요한 장비는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벌통(2단식), 보호복, 연기통, 채밀기, 벌 먹이(급식기), 그리고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장비는 온라인 양봉몰에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도시 양봉 특화 키트로 구성된 제품을 선택해 초보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꿀벌 분봉 구입

초기에는 꿀벌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꿀벌 분봉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으며, 봄철(4~5월)에 주로 분양이 이뤄집니다. 필자는 국산 토종벌 대신 서양꿀벌(이탈리안종)을 선택했습니다. 이 종은 성격이 온순하고, 도시 환경에 적응력이 높으며, 꿀 생산량이 높아 도시 양봉에 적합합니다.

3개월간의 관리 과정과 꿀벌의 변화

도시 양봉을 시작한 이후, 필자는 매일 아침 벌통을 점검하며 꿀벌의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도시라는 환경이 꿀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 벌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꿀벌의 적응과 활동

설치 첫 주에는 꿀벌들이 주변을 탐색하느라 활동 반경이 좁았지만, 2~3주가 지나자 주변 공원과 아파트 단지의 꽃들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꿀벌들은 도시의 아카시아, 벚꽃, 금계국, 해바라기 등을 주요한 꿀원으로 삼았고, 예상보다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벌집 성장과 산란

첫 달 말부터 벌집 내부에 육아 공간이 활발하게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왕벌의 산란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벌의 수가 점차 증가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벌통을 열어 내검을 실시했고, 질병이나 응애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첫 채밀의 순간 감동 그 자체

드디어 양봉 시작 후 3개월째 되는 날, 채밀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벌집에 꿀이 가득 찼습니다. 벌집 무게를 감지했을 때 느낀 묵직한 손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도시의 공기 속에서 꿀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채밀은 소형 수동 채밀기를 사용해 진행했습니다. 벌집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꿀을 짜냈으며, 꿀은 황금빛을 띠며 걸쭉하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꿀의 맛은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풍부하고, 꽃향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아카시아와 라벤더의 향이 뚜렷하게 남아 있어 매우 고급스러운 맛이 났습니다.

도시 양봉의 장점과 매력

도시 양봉을 통해 얻은 이점은 단지 꿀만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꿀벌을 돌보며 자연의 생태를 이해하고,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 자연과의 교감: 도심에 살면서도 생명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 친환경 실천: 꿀벌은 도시의 식물 생태계에 도움을 주며,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 교육적 가치: 도시 양봉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태 교육의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 경제적 가치: 일정량 이상의 꿀 생산이 가능해지면, 소규모 판매를 통해 수익화도 가능합니다.

도시 양봉의 단점과 고려사항

도시 양봉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 이웃과의 갈등: 벌이 날아다니는 것을 두려워하는 주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리 고지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상 환경: 도심의 고온, 미세먼지, 열섬 현상은 벌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 관리 시간 부족: 직장인이라면 벌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말 집중 점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이번 3개월간의 도시 양봉 경험은 필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단순히 꿀을 얻는 수준을 넘어, 도시 생태계 복원의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벌통 수를 늘리고, 주변에 벌을 위한 꽃밭도 조성할 예정입니다.

또한 도시 양봉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작은 워크숍도 계획 중입니다. 도시 양봉이 하나의 지속 가능한 도시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도시 양봉은 단지 벌을 키우는 활동이 아닙니다. 이는 도시와 자연, 인간과 곤충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천입니다. 필자의 3개월 도시 양봉 경험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도심 속에 자연을 되살리는 여러 시도를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도시 양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걸음만 내디뎌 보시길 바랍니다. 도시의 하늘 아래에서, 꿀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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