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어느 날, 평소처럼 슈퍼에서 구매한 인기 스낵을 아이에게 간식으로 주었습니다. 처음 몇 입을 베어 물고는 아무렇지 않던 아이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입 주변이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곧 이어 아이의 목이 간지럽다며 기침을 시작했고, 피부 전체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동한 결과, 원인은 가공식품에 들어간 '계란 유래 분말 성분' 때문이었습니다. 포장지에는 "계란 함유"라는 작은 문구가 있었지만, 아무도 그 경고 문구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후 가공식품을 고를 때마다 원재료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식품 알레르겐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숨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나 면역이 약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정이라면, 가공식품의 알레르겐 성분을 정확히 아는 것이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가공식품 속에 숨어있는 주요 알레르겐 Top 10을 소개해드리고, 이 성분들이 어떤 식품에 들어 있으며 어떤 식으로 표기되는지, 그리고 소비자가 어떻게 이를 식별하고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두 (Soybean)
식물성 기름, 두유, 고기 대체품, 초콜릿, 간장, 마요네즈 등
대두는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매우 널리 사용되는 성분입니다. 그러나 대두 단백질은 강력한 알레르겐으로, 특히 소아에게서 알레르기 반응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많은 가공식품에서 "식물성 단백질" 또는 "레시틴(E322)"이라는 이름으로 대두 유래 성분이 들어가 있으며, 소비자는 이를 별도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우유 (Milk)
치즈, 요구르트, 베이커리 제품, 크림소스, 커스터드, 초콜릿
우유는 고단백 식품이지만, 유당 및 카제인 등 특정 단백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청(웨이, whey)", "카제인", "락토오스" 등으로 표기된 성분도 우유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가당 시리얼, 스낵류, 심지어 일부 감자칩에서도 우유 유래 성분이 발견됩니다.
밀 (Wheat)
파스타, 빵, 라면, 시리얼, 맥주, 수프, 튀김옷 등
밀은 대표적인 곡물 알레르겐으로, 글루텐 불내증이나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식품 라벨에는 "글루텐", "밀가루", "소맥"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며, 일부는 첨가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형태로도 존재합니다.
계란 (Egg)
제과류, 마요네즈, 면류, 드레싱, 냉동식품
계란은 베이킹에 필수적인 유화제이자 결합제로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난백", "난황", "건조 난백분말", "알부민" 등의 형태로 라벨에 기재되기도 하며,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이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땅콩 (Peanut)
땅콩버터, 에너지바, 소스류, 아시아식 조미료, 스낵류
땅콩은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땅콩이 직접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라도 공정 과정에서 땅콩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제품 뒷면에 "이 제품은 땅콩을 사용한 공정에서 제조되었습니다" 같은 문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견과류 (Tree nuts)
그래놀라, 초콜릿, 페이스트리, 식물성 기름, 아이스크림
아몬드, 캐슈넛, 호두 등 다양한 견과류는 건강식으로 널리 소비되지만, 식품 알레르기 중 가장 심각한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일부 제과류에서는 원재료에 명확히 표기되지 않고 "견과류 함유"라는 식으로만 간단히 표시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패류 (Shellfish & Fish)
어묵, 액젓, 해산물 추출물, 스톡, 피쉬소스, 조미김
어패류는 일반적으로 해산물에 민감한 사람에게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합니다. 특히 가공식품에서는 "해물 추출물", "조개 엑기스", "피쉬소스"와 같이 명확하지 않은 형태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시아 요리에 자주 등장하며, 외국 제품에서도 간과되기 쉽습니다.
참깨 (Sesame)
참기름, 후무스, 베이커리 토핑, 드레싱, 아시아 요리, 소스류
참깨는 최근 들어 알레르겐으로 공식 등록된 성분 중 하나입니다. 참기름이나 고소한 소스의 주재료로 쓰이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공식품에 포함된 "참깨유", "세서미씨드", "세서미오일" 등의 이름으로 나타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루텐 (Gluten)
빵, 크래커, 맥주, 튀김가루, 소스, 수프, 가공육
글루텐은 밀뿐만 아니라 보리, 호밀 등 여러 곡류에서 발견됩니다. 셀리악병 환자나 글루텐 민감증을 가진 사람은 소량만 섭취해도 복통, 설사, 피부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글루텐’이라는 문구가 없는 한, 모든 가공 곡물식품에는 글루텐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황산염 (Sulfites)
건과일, 와인, 식초, 건조 국수, 감자 가공식품
황산염은 보존제로 널리 사용되며, 주로 식품의 색상 유지와 부패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첨가됩니다. 그러나 천식 환자나 민감 체질인 경우에는 호흡 곤란이나 두통 등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품 라벨에서 "이산화황", "황산나트륨", "E220" 등의 표기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가공식품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숨은 알레르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끝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식품 구매 시, 제품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고, 의심되는 성분이 있을 경우 섭취를 중단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면역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가공식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중요합니다.
이 글을 통해, 식품에 숨겨진 알레르겐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앞으로 더 건강하고 안전한 식생활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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